헤어지자는 말은 금요일 밤에 들었다. 주말 내내 울었고, 월요일 아침에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. 잠을 못 자서가 아니라 교실에 들어가는 순간을 연습하고 싶어서였다.
문을 열면 걔 자리가 먼저 보인다. 창가 셋째 줄. 두 달 동안 쉬는 시간마다 내가 찾아가던 자리다. 그날 걔는 이어폰을 끼고 엎드려 있었다. 나는 가방을 내려놓고 친구한테 아무 말이나 걸었다. 목소리가 평소보다 컸다.
없는 사람처럼 대하는 게 제일 아팠다
처음 몇 주는 걔가 나를 아예 신경 안 쓰는 것처럼 보였다. 복도에서 마주쳐도 시선이 나를 통과했다. 조별 과제에서 같은 조가 됐을 때도 필요한 말만 했다. "자료 올렸어." "응." 그게 전부였다.
두 번 붙잡았다. 한 번은 헤어진 다음 주에, 한 번은 그 다음 주에. 마지막에는 "나 아직 너 좋아해"라는 말까지 했다. 걔는 미안하다고만 했다. 그 뒤로는 교실에서 나를 더 조심하는 것 같았다.
더 힘들었던 건 친구들한테 털어놓는 모습을 걔가 몇 번 봤다는 거였다. 점심시간에 친구랑 속닥거리다 고개를 들면 걔가 저쪽에서 보고 있었다. 그러면 걔는 금방 고개를 돌렸고, 나는 또 그 의미를 밤새 생각했다.
같은 공간에서 헤어진 사람은 두 번 이별한다. 한 번은 그날 밤에, 한 번은 매일 아침 교실 문 앞에서.

잘 지내는 척이 전략이 될 수 있을까
어느 날부터 잘 지내는 척을 했다. 쉬는 시간에 걔 쪽을 안 보고, 친구들이랑 일부러 크게 웃었다. 그런데 이게 생각만큼 되지 않았다. 웃다가도 걔가 들어오면 목소리가 줄었다. 척이라는 게 제일 먼저 들키는 사람은 나 자신이었다.
사연을 남긴 사람들 이야기를 모아 보면, 여기서 두 갈래로 나뉜다. 척을 계속 연기하다 지치는 사람, 그리고 척 대신 진짜로 자기 하루를 채우기 시작한 사람.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비슷한데 몇 달 뒤 분위기가 다르다.
동아리에서 헤어진 한 사람은 이런 이야기를 남겼다. 헤어지고 두 달쯤 됐을 때 회식에서 다른 부원들이랑 편하게 웃고 논 날이 있었는데, 그 다음 날부터 상대가 먼저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고.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고. 억지로 만든 웃음이 아니라 정말 괜찮아진 순간이 상대 눈에도 보였던 거다.

매일 보는 사이라서 가능한 것도 있다
같은 공간의 이별이 무조건 불리하기만 한 건 아니다. 연락이 끊겨도 서로의 지금을 볼 수 있다. 카톡으로 장문을 보내는 것보다, 매일 조금씩 달라진 모습이 훨씬 많은 걸 전한다.
그러려면 몇 가지는 내려놔야 했다. 걔 자리 쪽을 확인하는 습관, 친구한테 걔 얘기를 들리게 하는 것, 걔가 웃으면 누구랑 웃는지 보는 것. 반대로 해야 할 건 단순했다. 인사를 받으면 가볍게 받고, 필요한 말은 편하게 하고, 내 할 일을 하는 것.
매일 마주치는 사이에서 제일 좋은 메시지는 카톡이 아니라, 편해 보이는 내 얼굴이다.
결말은 아직 모른다
이 이야기에 결말은 아직 없다.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. 상대가 먼저 말을 걸기 시작한 건, 내가 상대를 쳐다보지 않게 된 뒤였다.
실제로 재연에 사연을 남긴 사람 네 명 중 한 명 이상이 학교에서 상대를 만났다. 만난 경로 중에 가장 많다. 교실에서 헤어진 사람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뜻이다. 지금 같은 공간에서 버티고 있다면, 혼자만 그런 게 아니다.
